하나님과 함께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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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열방에 이르는 길

놀라운 주의 사랑 2016. 12. 13. 13:24




온 열방에 이르는 길




작은 사건 하나가 인생 전체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달린이 폭스바겐을

몰고 있을 때 졸린 눈으로 잠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던 순간이다.


그 때 달린과 나는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했던 힘든 만남을 가진 뒤 켈리포니아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밤새도록 내가 운전하다 아침 6시경부터는 달린이 차를 몰기 시작했다.

애리조나 고속도로 주변 사막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이

차창으로부터 불어 들어와 달린의 얼굴을 더욱 상기시켰고, 짧은 그녀의

금발머리를 흐트러뜨렸다. 


나는 신발을 벗고 차 뒷좌석에 있는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가 눈을 감았다.

피곤과 졸음으로 흔들리는 차의 리듬에 맞춰 머리를 부딪치며, 최근

얼마동안 달린과 내가 겪었던 모든 일들을 떠올리며 "주님, 달린이 제게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요!"라고 고백했다.


지난 몇 주 동안의 일들은 내 안에 있는 모든 힘을 짜내는 듯 했다. 우리는

그때 우리 교단의 대표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초교파적인

선교단체 설립에 대한 나의 결정으로 나는 우리 교단 사역자 자격을 포기

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많은 친구들이 나의 그러한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그 밖에도 바로 얼마 전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업을 함께 해보자는 고모의

제의도 거절했다. 왜냐하면 그 일 역시 하나님이 내게 하라고 말씀하신

일과는 상충되는 일이었고 나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그분께 순종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내가 되돌아갈 수 있는, 남아 있는 다리들을 모두 불태워버린 

셈이었다. 장래의 경제적인 부유함과 교회에서 목회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다 포기했을 그때, 오로지 조금은 흔들림도 없이 견고하게 내 편에

서 있어 주었던 달린만이 내 마음에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 주님이 국제적인

선교단체를 개척하라고 한 부르심에 순종하기 위해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이젠 더 이상 포기해야 할 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오직 달린과 내

자신 뿐이었다.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충격에 놀라 눈을 떠보니 내 몸이 차 안에서 마치

종이 뭉치처럼 심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차가 고속도로 아래로 굴러 떨어지며

금속과 유리가 부서지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동안, 내 머리와 몸은 차 내부의

벽에 고통스럽게 부딪치며 일그러졌다. 


다음 순간 나는 차창을 통해 허리까지 차 밖으로 튕겨져 나와 차도에 얼굴을

부딪혔고, 급기야는 차가 내 위로 덮치려고 했다. 차에 몸이 짖이겨질 것 같아

길바닥에 손을 대고 가까스로 차 안쪽으로 몸을 밀어 넣으려 애써 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기절했다. 


의식을 되찾고 보니 나는 차 밖에 나와 있었고 주위는 온통 잔해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이제껏 내가 본 것 중 가장 황량하고 쓸쓸한

사막뿐이었다. 집 한 채,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다. 온통 혼란스럽고 막막

하기만 했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엇인가 따뜻하고 축축한

것이 머리로부터 흘러내려오기 시작했다. 손으로 닦아 보니 손 전체가 피로

범벅이 되는게 아닌가 머리는 통증으로 깨어지는 듯 아팠고, 도대체 내가 그

잔해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왼편에는 부서진 차의 파편들이 쌓여 있었고 주변엔 살림살이였던 소지품과

옷가방들이 부서지거나 열리기도 해서 셔츠며 속옷, 양말 등이 길바닥에 잔뜩

나뒹굴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려고 애썼다. 그 힘들었던

회의... 밤새도록 운전하던 일... 잠자려고 뒷자석으로 기어들어갔던 때...

그때 달린이 운전하고 있었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달린! 달린! 정신없이 무릎으로 기면서 달린을 찾았다. 달린은

어떻게 된 걸까? 그러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무거운 옷 가방에 얼굴이

짓눌린 채 꼼짝도 하지 않는 그녀를 발견했다. 


"달린!" 나는 아내의 이름을 외쳐 부르며 그녀 쪽으로 있는 힘을 다해 기어

갔다. 그런데 그녀를 본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옷 가방을 치우자

그녀의 머리 뒤쪽으로 깊이 페인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그녀를

바로 눕혀 보니 이미 호흡은 멎어 있었고 눈은 동공이 확장된 채로 고정되어

있었다. 온통 멍들고 피로 물든 그녀의 머리를 무릎에 안고 그녀를 흔들어

깨워보았다. '아, 이미 죽었구나!'라고 생각하자 눈물이 쏟아졌다. 


고모의 동업 제의와 확실한 장래가 보장되는 교단의 목사직을 포기했을 때

'나는 아주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다. 차는 완전히 부서졌고, 우리의 모든 소유물은 사막의

먼지 속에 흩어져 버렸다. 게다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까지도 죽고 말았다.


나는 널려 있는 잔해들을 둘러 보았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모든 게 사라졌다. 갑자기 세차게 불어닥친 모래 바람에 얼굴이 따끔

거렸다. 


그런데 적막한 사막 한복판의 도로 위에서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이성을 

초월한 것이었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한 음성이 있었다. 


"로렌!"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비록 이전에 한 번도 내 귀로

직접 그분의 음성을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그것이 곧 하나님의 음성이라는

것을. "네, 주님!" 감정이 복받쳐 갈라진 목소리로 내가 대답했다. 

"로렌, 이래도 여전히 나를 섬기겠니?" 하나님이 물으셨다.

'왜 이렇게 물으시지? 이제 내겐 더 이상 남아 있는 것도 없고 

오직 당신뿐인데.'


눈물이 가득 고인체 청명한 사막의 하늘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예, 주님. 그래도 당신을 섬기겠습니다. 이제 제 인생에 남은 것이라곤

이 목숨밖에 없습니다. 이것도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취하실 수 있습니다."

잠시 후 주님은 다시 내게 말씀하셨다. 

"달린을 위해 기도해라." 주님이 그 말씀을 하시기까지 나는 달린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기도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갈라지는 듯한 숨소리가

한 번 났다. 놀랍게도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숨을

쉬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소형 화물차를 몰고 그곳을 지나던

한 멕시코 사람이 우리를 발견했고, 즉시 인근에 있는 병원에 도움을 청하러

간 것이다. 한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우리는 구급차에 실려 145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그곳에서 제일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다. 우리를 실은 구급차는

사이렌을 울리며 약 시속 160킬로미터의 속도로 질주했고, 나는 점점 우리가

처했던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달린이 실수로 고속도로를 벗어났고, 그 결과

사고는 멕시코 국경에서 불과 수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작은 도로에서

발생했던 것이다. 


구급차 안에서 달린의 바로 옆에 앉아 있을 때, 하나님은 내 마음 속에 또 다시

말씀하셨다. "달린은 괜찮아질 것이다." 이 말씀이 내 마음에 섬광처럼 떠오르자

마자 달린이 눈을 떠서 고개를 가볍게 돌려 나에게 미소를 보냈다. 후에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우리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응급실로 옮겨졌다.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졌고

등에는 부목이 대어졌다. 달린과 나는 한 응급실에서 커튼만을 사이에 두고

따로 있었지만 나는 달린이 의식을 회복했을 때를 알 수 있었다. 달린은 의식이

들자마자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기 시작했다. "여보, 나 여기 있소. 괜찮아?"

내가 커튼 사이로 말했다. 그녀는 내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두려워했던

것이다.


달린은 머리와 허리에 상처를 입었다. 나 또한 허리를 다쳤고 온 몸이 심하게

멍들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상처는 회복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달린이

병원에서 퇴원하는 데는 며칠이 걸렸지만 나는 그 날로 즉시 병원에서 나 올

수 있었다. 뻗뻗하게 굳은 다리로 피 뭍은 옷을 그대로 걸치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걸어 나왔다. 내 신발과 우리의 물건들은 다 부서진 차 옆에 즐비하게

널려진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에 우리는 아주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사고를 당한 바로

그 시간 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 부인들이 목요 아침기도회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부부와 우리의 하는 일을 아시는 어떤 분이 "지금 이 시간 로렌과 달린

커닝햄 부부를 위해 기도해야만 할 것 같다"고 말해 모인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중보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바로 그날 아침에 북켈리포니아에 사는

버니스 코프 시에겔이란 자매는 점심을 먹는 대신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느껴 기도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어떤 사람은 내가 그 날 사막에서 실제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의심할 수도 있다. 게다가 그 당시 나는 상당히 감정이 격해

있었기에 어떻게 증명할 수도 없다. 전에도 나는 하나님이 나를 인도하시며

내 마음 속에 말씀하시는 것을 여러번 들었지만 그날만은 달랐다. 그 후에에

나는 그후에 경험을 돌이켜 보면서 그것은 단순히 하나님이 그의 자녀들에게

어떻게 말씀하시는지를 가르치시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날 내 마음에 각인되듯 절실하게 깨닫게 된 것은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고 내려놓을 때 비로소 하나님은 당신의 능력을 나타내신다는 사실

이었다. 내가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야, 내 삶에서 내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항상 내 차, 내 아내, 내 사역

라며 내 것을 주장했었다. 그 사고 이후 이와 같은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고

순식간에 없어질 수 있는 것들인지를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잠시동안 맡겨 주신

것으로서 그분의 영광을 위해 사용되도록 주어진 것들이다. 이 새로운 깨달음

은 나로 하여금 성경은 이 중요한 주제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고 있는지 연구

하도록 이끌었다. 


또 성경을 통해 살펴보면서 이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그 무엇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깨달음은 내 삶을 크게 변화시켜 내

인생과 YWAM(Youth With A Mission, 국제 예수전도단) 설립의 초석이 

되었다. 결국 내가 성경에서 예수님의 삶을 통해 발견한 것은 간단히 말해

'승리의 비결은 곧 포기'라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사악한 영들과의 영적전쟁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

과는 정반대다. 25년 넘게 YWAM의 사역을 하면서 나는 여러 극적인 상황

들을 통해, 사단의 엄청난 세력과의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는 비결은 나의 

권리를 하나님 앞에서 포기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우리가 개인적인 권리들을 주님 자신과 주의 복음을 위해 맡겨 드릴 때,

우리는 온 세상을 유업으로 받는 비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이루고자 하는 것 가운데 이보다 더 중요하고 흥미진진한 것이 또 있을까?




- 로렌 커닝햄. 제니스 로저스의 [네 신을 벗으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