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이여 올테면 오너라!
고난이여 올테면 오너라! 1940년 9월 25일 수요일, 무덥던 여름도 지나가고 바야흐로 가을 기운이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들판에는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벼 이삭들이 마냥 풍요로워 보이기만 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뭇잎들은 들판을 건너온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고, 고운 옷 갈아 입은 잠자리들은 높디높은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었다. 한가하고 평화로운 정경이었다. 그러나 그날은 평화로운 풍경과는 달리 애양원 지붕 위로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날이다. 우리 가족이 수난의 길로 접어든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교회에 가해지는 박해에 비하면 애양원은 어느 정도 자유가 보장 되어있었다. 신사 참배 강요도 심하지 않았고 유형무형의 간섭도 덜한 편이었다. 나환자 수용소라는 특성 때문에 어지간한 말썽은..